한국 독자와 시청자를 쉽게 봐선 안 됩니다, 한국 언론들. 왜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총선에서 참패를 했다는 것인지. 하원(두마) 총 450석 가운데 77석을 잃어 238석을 얻었어요. 의석을 다소 많이 잃기는 했어도 과반은 확보했잖아요. 개헌 가능 수준인 3분의 2 의석은 아니어도 어쨌든 과반 확보를 참패로 보긴 어려워요.
사정을 알고 보니, 푸틴이 참패했다, 차르의 굴욕이라고 과장되게 평한 곳이 외국 언론이었고, 특히 러시아 정부 지도부에 까칠하게 보도하는 미국 보수 언론이 러시아 총선을 그처럼 규정한 것을 보고 그대로 인용 보도를 한 것이더군요.
인용 보도를 하려면 옛 공산권이나 러시아 동맹국의 언론 평도 함께 싣지, 왜 적대적인 미국 언론 쪽의 평가를 그대로 따라했을까.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이 두마 선거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신화통신의 보도를 못 봤다는 말은 말이 안 돼요. 일부러 못 본체 한 것이지.
한국 언론 100이면 거의 100이 푸틴이 장기집권 야욕 때문에 발목이 잡혔고, 굴욕을 당했다는 식의 분석을 가했다. 그럼 내년 대선에서 푸틴이 떨어질 것으로 보시오? 그가 대통령이 못 된다는 전망은 거의 없어요.
숭미주의인지 한국 언론의 시스템인지. 미국에서의 다소 악의적인 해설 평이 여과 없이 한국에도 분칠이 돼야 하는 것,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오? 푸틴, 문제가 많은 사람이지만 얼마 전 한국 남자와 그의 딸 열애설로 왠지 모를 국민적 관심이 지대했잖아요. 그때는 그때였고 지금은 지금?
푸틴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대통령-총리를 번갈아 한다는 것이 눈에 거슬리게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인용 보도는 균형 있게 해주는 게 좋잖아요. 우리 눈에 서구식 민주주의가 최상의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러시아는 러시아식 체제와 통치 역사가 있고, 당분간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저간의 사정도 이해해보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제 보도는 근본적으로 국내 보도보다는 국민적 관심이 덜하다는 인식이 작용했음인지, 이런 편향성 보도는 자주 발생한다. 그러지 맙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아요. 주의해야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면, 모스크바 특파원은 왜 다 철수시켜서 미국 보수 언론 보도에 의존합니까? 과거 IMF 사태로 거의 다 본국으로 불러들였지만 이제 좀 상주시켜도 되잖아요? 그래도 안 되면 이번처럼 중요한 선거 때만이라도 일시적으로 보내든가.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파리나 어디 유럽 소재 특파원이 하는 보도, 정말이지 신뢰성이 없어요. 차라리 보도를 참든지 솔직하게 커닝한 언론사 출처를 밝혀요.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당당한 위상을 가지려면 셀 수 없을 만큼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기자들의 올바른 해외시각 전달도 빼놓을 수 없지요. 미국 지배의 세계 질서에서 그들의 시각은 꼭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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