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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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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3 진중권, 안철수에 잘못 던진 그물 (1)
2011/12/23 16:05 일상의 순간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씨에 대한 현상 분석(중앙일보에 났음)을 재미있게 봤다. 역시 진씨 다운 지적들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뭐가 그렇다기보단 진보와 보수, 그것도 합리적 보수 이런저런 잣대들이 안씨에게도 여지없이 들이대졌다는 점이 나의 그런 생각을 도왔다.

안씨의 역설적 현상에 대한 진씨의 여러 좋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의 글에 불만이 있다. 그의 글을 도식적으로 보면, 이념의 시대에는 사회주의적 전사가 롤 모델이었으나 이제 탈이념의 시대에 자본주의적 영웅(안철수)이 롤 모델이 되었고, 안씨는 기존 보수 정당들에 대한 대안이 되었으며, 더욱이 대안세력으로  실패한 진보 정당의 한계에서 그렇게 부상했다는 것.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통치를 하려면 어떻게든 정당과 관계를 맺어야 하기에 안철수 현상은 아직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 여하간 안씨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합리적, 상식적 보수의 승리로 한국정치의 커다란 진보라는 것. 진씨는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안씨를 MB의 디지털 버전일 수 있다고도 했다.

난 개인적으로 우리사회에 유행하는 프레임이란 말을 싫어하지만 여기에서 한번 쓰면 진씨는 안씨를 진보-보수란 프레임에 가뒀다. 그걸 푸시길. 진씨는 안씨가 시장 개혁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기가 번 재산을 사회에 얼마간 내놓는다는 점에서 합리적 보수란 브랜드를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것은 아니라고 보오. 자유와 시장, 성장을 밝히면 우파이고 평등과 시장통제, 분배를 밝히면 좌파, 이런 것만으론 안철수 현상을 짚을 수 없다는 말이오.

안철수 현상은 현실정치 맥락에서 신기루일 수 있다는 진씨의 지적은 맞고도 틀리오. 어차피 권력이 신기루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가 아니오. 기존 대립적인 정치 시각으론  그렇게 보일 수 있소. 그러나 보통인의 상식적인 시각에서 보면 안씨는 이미 우리의 가슴 속에 들어와 하나가 돼 있단 말이오. 진씨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9단을 뛰어 넘는 안씨 효과(서울시장 불출마)를 말하면서 안씨의 계산 없는 순수함을 거론했소. 진씨는 그 점, 그 순수함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라오. 

안씨는 그야말로 정치 아마추어, 초자에 불과했으나 단번에 정치 9단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하게 된 원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 아닌 참마음. 그것에 대한 국민적 끌림이 아니겠소. 안씨는 정치를 안했지만 정치를 멋있게 하고 있는 중이오. 안씨가 다음 대선에 나가도 좋고 안나가도 좋소. 대선에 나가 승리해도 좋고 떨어져도 좋소. 또 설령 안씨가 대선 승리를 해서 통치를 했으나 마음먹은 대로 안돼도 그것 대로 한국사회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소. 안싸는 '맑은 사람'이기 때문이오. 최소한 국민에게 그렇게 비치기 때문이오.

지금 국민들은 진보-보수 밖의 사람을 원하고 있소. 진씨의 지적처럼 그 인물이 상식적인 보수주의자로 불릴지라도 말이오. 사실 나는 안씨가 대선에 나가 승리하더라도 그의 통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오. 그가 무능력하기 때문이기보다 사회체계가 당장 바뀌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한국의 먼 미래를 보면 그런 실패가 필수적이지 않겠소? 안씨가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갖고 밀알이 되겠다고 대선에 나온다면 호응해야 하지 않겠소?

지금 안철수 현상을 무색과 무심으로 바라봐야 하오. 진보-보수, 정치 이해, 이런 것을 덧대고 보면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말이오. 어느 보수신문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남북관계 대처에 안씨의 능력을 의문시하면서 이에 대해 은근히 입장 표명 같은 것을 바라던데 그러지 마시길. 보수세력의 대북대처 능력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지금 남북관계는 어떻소? 안씨가 그런 입장을 내비칠 이유가 전혀 없소. 안씨에게 어떤 정치적 색깔을 내기를 바라는 것, 그것 순수하지 못하오. 행여 진씨 또한 안씨의 색깔 같은 것을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오. 안씨는 영원히 색깔을 내비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반이기 때문이오.

안철수 현상에서 안씨는 고도의 지식기반, 대기업 기반 사회에서 우리 자신의 부속품화 신세, 계층과 세대 양극화로 인해 자기 고유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억눌림을 질타하고 있는 것이오. 우리 청년들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일자리 부족으로 실제 자유가 없소. 자기 고유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는 말이오. 그는 그것을 터주고자 그들을 찾아가 얘기를 들어주고 도전할 것을 몸소 호소하고 있는 것이오. 안 되면 자기가 직접 정책결정자로 나서 이것을 한 번 고쳐볼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오. 안씨는 불공정했던 시장에서 어렵게 번 돈일지라도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소. '그들' 때문에 벌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돌려주고자 함이오. 이런 것을 간단히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말할 순 없소. 안씨를 가슴으로 만나야 하오. 머리로 평가해선 제대로 담아낼 수 없소.

진씨가 그의 글에서 지적했음에도 곁가지로 치부된 듯한 안씨의 상식과 계산 없는 순수함이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오. 정치 9단들이 하는 몇 단계 내다보는 정치적 안목 같은 것과는 사실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상식과 계산 없는 순수함이 뭐요, 결국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 아니겠소? 우리 국민들이 기존 정치인에게 그것을 보기 어려웠다는 것 아니겠소? 안씨는 그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오. 나는 꼭 대선 출마가 아니어도 좋다고 보오. 그는 현재 그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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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