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계 언론 1시간 앞서게 한 이유가 뭡니까
북한 영변 핵원자로 냉각탑 폭파는 몇 시에 이뤄졌나. MBC 첫 보도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갓 넘긴 시간이었다. 세계 주요언론은 MBC의 이런 보도를 모두 인용해 전 세계 언론과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보도했다.
MBC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런 ‘세기의 쇼’의 시간을 정확하고 신속히 전달하는 것은 극도의 긴장감이 필요하다. 또 그만큼 보람이 뒤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국내언론으론 MBC가 유일하게 평양으로 갔고 한국말을 잘 하는 취재진도 MBC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보도했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글쓴이는 CNN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CNN은 오후 5시가 넘도록 냉각탑을 폭파했다는 뉴스는 없고 ‘폭파 한다’는 뉴스를 전했다. 그런데 5시께 MBC는 북한이 냉각탑 폭파를 4시 직후 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그런가 하고 글쓴이의 소속 NEWSIS도 MBC보도를 인용해 5시6분께 긴급 뉴스로 내보냈다. 외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서울발 <신화통신의 MBC 인용보도>
SEOUL, June 27 (Xinhua) ---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destroyed the cooling tower at its Yongbyon nuclear complex on Friday afternoon, South Korean media reported. MBC TV said the 20-meter-tall facility was blown up shortly after 4 p.m. Friday local time (0700 GMT). Enditem
이후 평양발 <신화통신 보도> 27일 오후 5시5분에 폭파했다고 정정보도 했다.
PYONGYANG, June 27 (Xinhua) --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has destroyed the cooling tower at its Yongbyon nuclear complex on Friday afternoon. The tower was blown up at 17:05 local time Friday (0805 GMT), a Xinhua correspondent at the spot said. Enditem
<27일 오후 5시5분 58초 서울발 AP의 MBC 인용보도>
<28일 0시28분 38초 북한 영변발 AP의 업데이트 보도> 폭파시간을 5시10분으로 정정보도 했다.
The North's demolition of the tower, which happened under clear skies at 5:10 p.m. local time (0810 GMT), was intended to demonstrate its commitment to forgo atomic weapons ambitions that culminated with its first-ever nuclear test detonation in 2006.
<27일 오후 5시8분 23초 서울발 로이터의 MBC 인용보도>
The move was part of a process of dismantling the state's nuclear programme in return for easing its international isolation.
Pyongyang on Thursday handed over an account of its nuclear programme, fulfilling a key requirement in six-nation talks on halting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me and creating a nuclear-free zone on the Korean peninsula.
로이터는 ‘낌새’가 이상했던지 MBC를 인용하면서도 폭파시간을 인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후에도 시간을 계속 적시하지 않고 금요일이라고만 밝힌다. 오보를 염려한 로이터의 정직한 보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당시 4시 갓 넘긴 시간에 냉각탑을 폭파했다고 방송을 해놓고 이제는 오후 5시5분으로 폭파했다고 하면서 평양발 자사 기자를 동원해 리포트를 해놓았다. 그러니까 신화통신의 평양발 보도와 일치하는 시간을 나중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 뒤 글쓴이는 MBC 방송 뉴스를 보지 않았다. MBC가 왜 1시간 가량 빨리 폭파를 했다고 했는지에 대한 사과나 해명 방송멘트를 내보냈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MBC의 홈페이지에는 그런 해명성 알림보도는 찾지 못했다.
사실 이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영변 핵원자로 폭파를 ‘1시간’ 오보를 한 것은 현장에 가 있던 MBC의 수치라면 수치다. 보도 열의가 과잉되어서 이런 오보를 하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실보도를 오보를 했다는 것에 대해선 MBC는 할 말이 없게 됐다. 혹시 9시 메인 뉴스방송에서 이에 대한 사과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더욱 문제다.
글쓴이는 당시 MBC의 보도를 믿고 괜히 포털만 비난했다. 이미 MBC가 ‘폭파했다’고 했는데도 이를 한참 늦게 보도한 CNN뉴스를 메인 뉴스판에 올려놓았다고 푸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MBC가 틀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MBC는 거의 전 세계에 오보를 하도록 결과적으로 만든 것이다.
보도를 하면서 오보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보도의 경우 오보는 안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설령 오보를 했다하더라도 오보를 어떻게 정정보도할 것인가도 신뢰감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촛불정국에서의 MBC 역할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북한 핵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인해 신뢰감이 실추되지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