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분석을 싫어한다. 해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나오기는커녕 더 꼬일 뿐. 급변 사태를 맞은 북한을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알고 보면 다 우리한테 해당되는 것인데.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남보다 못한 한민족이 아니라면 우리가 껴안아야 할 겨레란 인식이 있으면 대체로 할 일이 잡힐 것 같은데요.
한국을 비롯해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얘기합니다. 다 같이 추구하는 평화와 안정이 어느 날 김정일 급사처럼 북한이 무너지면 그 때도 똑같이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말하며 한국 편이 돼 줄까. 그 때는 먹이를 눈앞에 둔 야수처럼 돌변하지 않을까요. 제 각기 이유야 있겠지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남북한, 특히 한국에 전달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일 것입니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안보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지면서 하는 분석 거의 모두가 한국에 미칠 피해에 집중돼 있다.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당장 닥친 피해에 매몰돼 있다가 북한 전체가 무너지면? 헤아리기 어려운 피해는? 닥칠 일이 아니오?
호스니 무바라크와 무아마르 카다피 철권 통치자들은 거의 나비 날개 짓 한 번에 무너졌다. 튀니지 행상 한 청년이 생활고로 분신했던 것이 민주화 쓰나미로 이어져 쓰러졌다. 누가 이걸 예측인들 했겠소. 북한의 봄? 내일 당장 올지 어떻게 아오?
우리 이제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겹지만 다시 북한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남북을 둘러싼 열강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존재를, 정부 당국자들이 되새길 때라는 것이지요. 일본은 최근 독도 문제로, 중국은 어선 문제로 한국 간 외교 마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북한 전체라면? 이들 국가는 어떻게 달려들 것인지.
물론 우리 한국 정부도 통일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고 이런 사정은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 열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이고 이 순간 펼쳐지는 사태는 너무나 변수가 많지 않겠소?
평양 시내가 흐느끼지만 비교적 차분하다고 하고 한국 도시 표정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무엇인가 일어나기 직전의 고요함? 그런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다만 짐짓 이런 냉정함이 북측의 어떤 알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면 열강들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빨려들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국 측의 경제적, 외교적 피해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야 한다. 미국 측에서 북한 식량지원 결정을 해놓고 발표 날짜만 대기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뭐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김 위원장은 정권 생존 상 친미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정받는 도구인 핵 협상 자체가 그렇게 끌고 갔을 것입니다. 그가 없는 지금 북한 지도부에서는 친미와 친중 간 세대결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손에 달렸고 국제정치에선 미국 손에 운명이 걸렸으니.
남북한의 운명을 남북한 인들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 모순. 한때 사회과학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만 추억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이익을 앞세운 좌우갈등만 커졌지요. 김일성, 김정일이 없는 북한, 이제 올 것이 왔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 열강처럼 자국 이해 계산만 해선 곤란하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느낍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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