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의 급부상으로 급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씨 대선 승리 가능성이 좀 낮아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는데, 당연하지 않겠소? 안 씨를 그런 상황에 대입시켜 노리는 수가 빤하지 않소? 그럼 막말로 불어봅시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12월 남한의 어떤 대선주자가 승리하기를 원하는지를? 북한도 몰라? 나도 알 길이 없소. 그러나 자기를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 끌리지 않겠소.
안철수 씨가 빌 게이츠와 슈미트 구글 회장을 만나러 가기 전, 정치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는 발언에 여러 해석이 많지만 난 그 말 자체가 사실이라고 보오. 미국으로 가는 열 몇 시간 동안 하늘에서 이를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오.
과연 안 씨는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땅으로 내려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인 것 같소. 그가 하늘을 지키는 것도 한 방법이고 땅으로 내려와 부딪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보오. 안 씨는 어떤 선택을 할지. 안 씨는 한국 정치를 비추는 거울, 그러니까 하늘같은 존재란 말이오. 하늘같은 존재라고 해서 신적인 존재란 뜻은 아니니 오해 맙시다. 흔히 하는 말로 멘토적 인물이며 플라톤의 이데아적 인물이오. 현실과 거리는 있지만 현실의 잘 되고 잘못된 점을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상상속의 원판 같은 것이오.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을 떠올리면 어두운 현실의 실상이 잘 보이는 이치와 같지 않겠소?
때문에 하늘같은 이데아적 역할 수행만이라도 지키고 잘 해내면 꼭 대권이 아니어도 좋다는 말이겠지요.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이 안 씨에 대해 열광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소. 상상 속의 원판이 아니라 눈앞 현실 속의 지극히 인간적인 지도자의 길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오. 안 씨는 우선 자신을 애타게 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밟힐 것이오. 현실 정치의 지도자, 통치자가 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이들을 도와줄 무엇이 있음을 강하게 느낄 것이 아니겠소? 가만히 있으면 대접을 받을 자신이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망가지더라도,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도 지극히 숭고하기 때문에 대권에 나서 보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지 않겠소? 가시밭길인 지상의 길을 가는 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오.
안 씨는 이 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오. 지상의 길을 가면서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대선에 떨어지면 떨어진 것일 테지만 승리를 했을 경우 자신을 밀어준 사람들을 배반하지 않고, 현실 정치의 벽을 뚫고 자기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을 지,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인간다운 지도자, 봉사적인 지도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를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파악 중이라고 보는 것이오.
이런 자신과의 대화중에 빌 게이츠나 슈미트 같은 인물이 간접적이지만 큰 영감을 주지 않을까 하오. 이들이 단순히 IT 거물이라고만 할 수 없지 않겠소? 스티브 잡스가 단순히 애플 CEO 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열광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오. 시대 흐름을 보는 비범한 지혜를 갖춘 인물들이잖소.
나는 안철수 씨가 하늘에 있고 싶어하든 지상에 있고 싶어하든 결국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할 것이라고 보오. 이미 그는 여러 선물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오. 집권당의 20대 비대위원 참여를 과거에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오. 그러나 공감과 소통을 원하는 작금의 현실은 그것이 아니잖소. 안 씨가 이런 흐름을 댕겼건 밀었건 알 순 없지만 옛날 눈으로 보면 기적처럼 보이는 일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소. 난 안 씨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안 씨 개인 이해를 떠나 내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담담하게 지켜볼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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