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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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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17:40 국제

한번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국 어선이 중국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선원 중 한 명이 중국 해경에 흉기를 휘둘러 그들을 죽게 하고 다치게 했다. 그런 사실을 중국 정부로부터 통보받은 우리 정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측과 협력해서 원만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인민들이 발끈했다. 어째 죽은 사람에 대해 즉각 애도나 유감 표명 한마디 없느냐고. 이런 중국인들을 보고 우리 한국인들과 정부는 어떤 속마음을 가질까. 미안해할까? 만족해할까? 

중국은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 경제력 세계 2위이고 군사력도 스텔스기를 자체 제작할 정도로 미국 턱밑까지 쫓아왔다. 국제사회에서 그들 발언권은 무시할 수 없게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럽연합도 은근히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의 지원을 기대했으니.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EU를 급속도로 독일식으로 끌고 가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이 ‘주요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용히 힘을 기르고 대국으로 나아가다는 도광양회, 대국굴기의 중국. 스스로 초강대국을 염원하는 것이야 말릴 수 없다. 문제는 옆 나라 한국과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미국은 알고 있는 것처럼 중국이 아시아를 자신들의 지배권에 넣으려는 야욕을 꺾으려 군사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무진 애를 쓰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이나 중국 밑인 미얀마에 힐러리 클린턴이 미 국무장관으론 50년 만에 역사적인 방문을 한 것이 그런 성격으로 비친다.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언제 다시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해댈지 모르는 상황이다. 침략 사과와 정신대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귀중한 우리 역사 문화재 반환도 큰 과제다. 임나일본부설 어쩌고저쩌고 하는 그들의 역사왜곡, 정말이지 도를 넘었다.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빙산에 일각일 뿐. 작가 김진명씨의 표현대로 귀기 어린 몽유도원도를 우리나라 땅에서 한 번 보고 싶다. 

가끔 북한이 일본의 독도 야욕에 대해 그러지 말라고 경고할 때면 싫지 않음은 천생 한 민족이란 의식이 한 켠에 자리 잡는다. 연평도 포격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그들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운명인 한국으로선 북한을 어떻게 든 ‘극복’해야 함을 느낀다. 어떻게 북한을 극복할 것인가. 시간은 한반도의 편일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거론하며 친 한국적인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한미 FTA도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상생이 됐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우방으로 각인된 미국이 서남아시아로 내려가면 모습이 조금 달라진다. 동맹국 파키스탄의 영토에 들어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처단했다. 파키스탄 정부에 아무런 통보 없이 행동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주권도 없는 국가로 한순간 전락해 버렸다. 오직 미국은 대원수 빈 라덴을 처단하는 국익만을 앞세웠다. 최근 미군과 나토(NATO) 군의 공습으로 파키스탄군인 24명이 숨진 것은 어떤가. 파키스탄 정부와 국민은 이에 분노해 자국 샴시 공군기지에서 미군들을 추방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준비했다는 설과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사건을 비교하면 정도가 지나친 것일까.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이런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무인정찰기가 이란 동부에 추락하자 이를 이란에 되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미국에게 이란은 무인기를 해체해 제작과정을 파악한 다음, 이보다 더 개선된 무인기를 생산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군사작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 열어놓았다고 경고한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란의 이런 대응은 일찍이 예견된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국익과 안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만 이런 입장이 예외일까? 그렇게 보진 않는다. 한국에게 더불어 좋으면 좋은 것이겠지만 일단 한국 국익과 미국 국익이 충돌하면 미국 국익을 추구할 것은 빤한 사실 아닌가. 답이 당연한 독도 문제에서 미국이 한국 편을 들지 않고 일본과의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연출하는 것은 이런 측면을 엿보게 한다. 

한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이 자꾸 북한 지역을 임대 받아 무대를 넓혀가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동북공정에 이어 백두산을 편입하기 위한 창바이공정이 나온 지 오래됐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북한에 야금야금 들어가고 있다. 서해에 해적 같은 중국어선 출몰은 중국의 이런 저인망식 역사침탈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만 한국 해경 사망에 즉각 사과 표명조차 않는 중국 정부의 모습은 역사왜곡과 대국굴기를 추구하는 집요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였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G2 미국과 중국은 자국 국익에 따라 한국에 접근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고 일본은 솔직히 뼈아픈 역사관계 때문에 한국으로선 가까워지기 쉽지 않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는 또 다른 외교적 변수를 갖고 있는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신중히 한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하간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대해야 할 곳은 북한이고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이다. 앞으로 다가올 일이야 알 수 없으나 언젠가 남북한이 통일을 이룰 것을 염원한다면 하나하나 준비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그 준비의 정점이 남북 정상회담이라 본다. 만나서 거창한 문제를 논의해도 좋지만 아니어도 좋다고 본다. 최소한 남북한 지도자끼리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기만 하더라도 자국 국익을 앞세우는 주변 강대국들에 강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만일 남북 정상이 핵은 차치하더라도 독도 문제나 역사왜곡 문제를 공동 대처키로 의견을 모으면 혼비백산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한낱 꿈일 수 있겠으나 무엇이든 첫발을 딛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중국 어선들의 영해 침범과 흉포화에 즉각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외교적 무례함을 대응하는 방법을 어쩌면 무관해 보이는 대북관계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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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2011/12/06 15:35 국제

한국 독자와 시청자를 쉽게 봐선 안 됩니다, 한국 언론들. 왜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총선에서 참패를 했다는 것인지. 하원(두마) 총 450석 가운데 77석을 잃어 238석을 얻었어요. 의석을 다소 많이 잃기는 했어도 과반은 확보했잖아요. 개헌 가능 수준인 3분의 2 의석은 아니어도 어쨌든 과반 확보를 참패로 보긴 어려워요.  

사정을 알고 보니, 푸틴이 참패했다, 차르의 굴욕이라고 과장되게 평한 곳이 외국 언론이었고, 특히 러시아 정부 지도부에 까칠하게 보도하는 미국 보수 언론이 러시아 총선을 그처럼 규정한 것을 보고 그대로 인용 보도를 한 것이더군요.  

인용 보도를 하려면 옛 공산권이나 러시아 동맹국의 언론 평도 함께 싣지, 왜 적대적인 미국 언론 쪽의 평가를 그대로 따라했을까.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이 두마 선거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신화통신의 보도를 못 봤다는 말은 말이 안 돼요. 일부러 못 본체 한 것이지. 

한국 언론 100이면 거의 100이 푸틴이 장기집권 야욕 때문에 발목이 잡혔고, 굴욕을 당했다는 식의 분석을 가했다. 그럼 내년 대선에서 푸틴이 떨어질 것으로 보시오? 그가 대통령이 못 된다는 전망은 거의 없어요. 

숭미주의인지 한국 언론의 시스템인지. 미국에서의 다소 악의적인 해설 평이 여과 없이 한국에도 분칠이 돼야 하는 것,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오? 푸틴, 문제가 많은 사람이지만 얼마 전 한국 남자와 그의 딸 열애설로 왠지 모를 국민적 관심이 지대했잖아요. 그때는 그때였고 지금은 지금? 

푸틴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대통령-총리를 번갈아 한다는 것이 눈에 거슬리게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인용 보도는 균형 있게 해주는 게 좋잖아요. 우리 눈에 서구식 민주주의가 최상의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러시아는 러시아식 체제와 통치 역사가 있고, 당분간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저간의 사정도 이해해보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제 보도는 근본적으로 국내 보도보다는 국민적 관심이 덜하다는 인식이 작용했음인지, 이런 편향성 보도는 자주 발생한다. 그러지 맙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아요. 주의해야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면, 모스크바 특파원은 왜 다 철수시켜서 미국 보수 언론 보도에 의존합니까? 과거 IMF 사태로 거의 다 본국으로 불러들였지만 이제 좀 상주시켜도 되잖아요? 그래도 안 되면 이번처럼 중요한 선거 때만이라도 일시적으로 보내든가.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파리나 어디 유럽 소재 특파원이 하는 보도, 정말이지 신뢰성이 없어요. 차라리 보도를 참든지 솔직하게 커닝한 언론사 출처를 밝혀요.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당당한 위상을 가지려면 셀 수 없을 만큼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기자들의 올바른 해외시각 전달도 빼놓을 수 없지요. 미국 지배의 세계 질서에서 그들의 시각은 꼭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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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2011/07/04 16:09 국제

대국적이지 못하고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싫다. 그러나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 때문에 지나치긴 좀 그렇다. 오해를 안 했으면 하는 것이, 나 또한 국제부에서 근무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오역과 잘못된 이름, 단체 명칭, 잘못된 흐름 전달 등이 있을 것임을 인정하며 충분치 않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나마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솔직히 블로깅 한답시고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나, 지엽적이면서 생각하기에 따라선 지대한 한 마디일 수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기도 혐의로 체포됐다가, 가택연금, 그리고 이제 보석도 가택연금도 없이 법원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은 석방을 명령했다. 말들이 많다. 칸이 어떻게 그런 사건에 휘말렸는지에 대해서. 어쨌건 뉴욕 검찰과 변호인, 법원이 최종 결정할 일이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은 칸의 조건 없는 석방이 뉴욕 주 대법원에 의해 내려졌다고 보도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를 우롱했다. 뉴욕 주 대법원이 석방을 결정해?  마치 한국의 대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했다는 것과 같이 황당하잖아?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가 있는 칸이라고 하지만 뉴욕 주 대법원이 나서서 가택연금, 보석, 석방 등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을 내려? 칸이 유죄 여부 판결도 나기 전에 주 대법원이 앞장서 판결을 해? 그럼 미국 사법질서가 엉망이 되잖아?

이 같은 뉴욕 주 대법원 언급은 이번 칸 사건에서만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뉴욕 법원을 말할 때 혼동해서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가운데 뉴욕 주 대법원 언급은 유독 되풀이 되고 있고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은 채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가. 일차적으로 뉴욕 주 지방(1심)법원이 영어로는 New York Supreme Court(Supreme Court of the State of New York)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부 기자들이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장 그대로 뉴욕 주 대법원으로 옮겨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주 거의 대부분은 Supreme Court를 대법원 의미로 사용하지만 뉴욕 주는 1심 성격의 지방 법원을 이렇게 이름 붙여 쓴다. 왜 그런지는 뉴욕 역사와 법체계 공부를 별도로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여하튼 뉴욕 주 지방법원 내지 1심 법원은 Supreme Court로 해서 부른다.

국제부 기자들이 영어만 잘 했지, 언어에 깔린 역사적 배경과 법 시스템에 대한 문외한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뉴욕 주 대법원이 보석과 가택연금, 석방 등에 대한 1차적 판결을 내릴까 하는 의문을 한국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보도할 당시 갖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얼른 상식적으로 봐도 주 대법원이 할 일은 아니잖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거의 한국 언론 모두는 뉴욕 주 대법원으로 자신 있게 보도했을까?  한국 독자나 시청자들은 그런 것은 따지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Supreme Court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주 대법원으로 전달했을까? 내로라하는 한국 거대 언론사들은 이런 것은 하찮다고 생각했을까? 아님 실은 언론사 내부적으로 그렇게 모니터 망이 허술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일까? 칸의 이번 석방을 보도한 뉴욕 특파원들도 뉴욕 주 대법원이라고 한 것을 봤다. 그들은 정말 뉴욕 주 대법원 법정에서 칸의 석방 보도를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고생하는 뉴욕 특파원들에게 미안하지만, 보도를 그렇게 했다. 한국의 아주 오랜 전통 있는 극소수 신문사만  New York Supreme Court를 뉴욕 주 법원 또는 뉴욕 주 형사법원으로 해서 무난하게 전달했을 뿐 나머지 99%는 뉴욕 주 대법원으로 명명해 한국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보도했다.

이번 뉴욕 주 대법원 건은 사소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언론사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잘못된 명칭을 통일해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선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언론의 허점이고 최소한 국제부 기자들의 불찰이다. 내 자신부터서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데 솔직히 이런 것을 지적하는 것이 속이 편치 않다. 이런 블로그 포스트가 남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예전부터 해온 터여서 더 그렇다. 그저 한번쯤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참고로 뉴욕 주 항소법원은 Appellate Division(appellate court)이며  대법원은 Court of Appeal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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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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