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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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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0 17:38 일상의 순간들


느닷없는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의 급부상으로 급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씨 대선 승리 가능성이 좀 낮아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는데, 당연하지 않겠소? 안 씨를 그런 상황에 대입시켜 노리는 수가 빤하지 않소? 그럼 막말로 불어봅시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12월 남한의 어떤 대선주자가 승리하기를 원하는지를? 북한도 몰라? 나도 알 길이 없소. 그러나 자기를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 끌리지 않겠소.


안철수 씨가 빌 게이츠와 슈미트 구글 회장을 만나러 가기 전, 정치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는 발언에 여러 해석이 많지만 난 그 말 자체가 사실이라고 보오. 미국으로 가는 열 몇 시간 동안 하늘에서 이를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오.

과연 안 씨는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땅으로 내려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인 것 같소. 그가 하늘을 지키는 것도 한 방법이고 땅으로 내려와 부딪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보오. 안 씨는 어떤 선택을 할지. 안 씨는 한국 정치를 비추는 거울, 그러니까 하늘같은 존재란 말이오. 하늘같은 존재라고 해서 신적인 존재란 뜻은 아니니 오해 맙시다. 흔히 하는 말로 멘토적 인물이며 플라톤의 이데아적 인물이오. 현실과 거리는 있지만 현실의 잘 되고 잘못된 점을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상상속의 원판 같은 것이오.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을 떠올리면 어두운 현실의 실상이 잘 보이는 이치와 같지 않겠소?

때문에 하늘같은 이데아적 역할 수행만이라도 지키고 잘 해내면 꼭 대권이 아니어도 좋다는 말이겠지요.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이 안 씨에 대해 열광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소. 상상 속의 원판이 아니라 눈앞 현실 속의 지극히 인간적인 지도자의 길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오. 안 씨는 우선 자신을 애타게 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밟힐 것이오. 현실 정치의 지도자, 통치자가 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이들을 도와줄 무엇이 있음을 강하게 느낄 것이 아니겠소? 가만히 있으면 대접을 받을 자신이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망가지더라도,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도 지극히 숭고하기 때문에 대권에 나서 보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지 않겠소? 가시밭길인 지상의 길을 가는 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오.

안 씨는 이 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오. 지상의 길을 가면서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대선에 떨어지면 떨어진 것일 테지만 승리를 했을 경우 자신을 밀어준 사람들을 배반하지 않고, 현실 정치의 벽을 뚫고 자기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을 지,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인간다운 지도자, 봉사적인 지도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를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파악 중이라고 보는 것이오.

이런 자신과의 대화중에 빌 게이츠나 슈미트 같은 인물이 간접적이지만 큰 영감을 주지 않을까 하오. 이들이 단순히 IT 거물이라고만 할 수 없지 않겠소? 스티브 잡스가 단순히 애플 CEO 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열광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오. 시대 흐름을 보는 비범한 지혜를 갖춘 인물들이잖소.

나는 안철수 씨가 하늘에 있고 싶어하든 지상에 있고 싶어하든 결국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할 것이라고 보오. 이미 그는 여러 선물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오. 집권당의 20대 비대위원 참여를 과거에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오. 그러나 공감과 소통을 원하는 작금의 현실은 그것이 아니잖소. 안 씨가 이런 흐름을 댕겼건 밀었건 알 순 없지만 옛날 눈으로 보면 기적처럼 보이는 일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소. 난 안 씨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안 씨 개인 이해를 떠나 내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담담하게 지켜볼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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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2011/12/23 16:05 일상의 순간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씨에 대한 현상 분석(중앙일보에 났음)을 재미있게 봤다. 역시 진씨 다운 지적들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뭐가 그렇다기보단 진보와 보수, 그것도 합리적 보수 이런저런 잣대들이 안씨에게도 여지없이 들이대졌다는 점이 나의 그런 생각을 도왔다.

안씨의 역설적 현상에 대한 진씨의 여러 좋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의 글에 불만이 있다. 그의 글을 도식적으로 보면, 이념의 시대에는 사회주의적 전사가 롤 모델이었으나 이제 탈이념의 시대에 자본주의적 영웅(안철수)이 롤 모델이 되었고, 안씨는 기존 보수 정당들에 대한 대안이 되었으며, 더욱이 대안세력으로  실패한 진보 정당의 한계에서 그렇게 부상했다는 것.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통치를 하려면 어떻게든 정당과 관계를 맺어야 하기에 안철수 현상은 아직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 여하간 안씨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합리적, 상식적 보수의 승리로 한국정치의 커다란 진보라는 것. 진씨는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안씨를 MB의 디지털 버전일 수 있다고도 했다.

난 개인적으로 우리사회에 유행하는 프레임이란 말을 싫어하지만 여기에서 한번 쓰면 진씨는 안씨를 진보-보수란 프레임에 가뒀다. 그걸 푸시길. 진씨는 안씨가 시장 개혁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기가 번 재산을 사회에 얼마간 내놓는다는 점에서 합리적 보수란 브랜드를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것은 아니라고 보오. 자유와 시장, 성장을 밝히면 우파이고 평등과 시장통제, 분배를 밝히면 좌파, 이런 것만으론 안철수 현상을 짚을 수 없다는 말이오.

안철수 현상은 현실정치 맥락에서 신기루일 수 있다는 진씨의 지적은 맞고도 틀리오. 어차피 권력이 신기루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가 아니오. 기존 대립적인 정치 시각으론  그렇게 보일 수 있소. 그러나 보통인의 상식적인 시각에서 보면 안씨는 이미 우리의 가슴 속에 들어와 하나가 돼 있단 말이오. 진씨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9단을 뛰어 넘는 안씨 효과(서울시장 불출마)를 말하면서 안씨의 계산 없는 순수함을 거론했소. 진씨는 그 점, 그 순수함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라오. 

안씨는 그야말로 정치 아마추어, 초자에 불과했으나 단번에 정치 9단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하게 된 원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 아닌 참마음. 그것에 대한 국민적 끌림이 아니겠소. 안씨는 정치를 안했지만 정치를 멋있게 하고 있는 중이오. 안씨가 다음 대선에 나가도 좋고 안나가도 좋소. 대선에 나가 승리해도 좋고 떨어져도 좋소. 또 설령 안씨가 대선 승리를 해서 통치를 했으나 마음먹은 대로 안돼도 그것 대로 한국사회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소. 안싸는 '맑은 사람'이기 때문이오. 최소한 국민에게 그렇게 비치기 때문이오.

지금 국민들은 진보-보수 밖의 사람을 원하고 있소. 진씨의 지적처럼 그 인물이 상식적인 보수주의자로 불릴지라도 말이오. 사실 나는 안씨가 대선에 나가 승리하더라도 그의 통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오. 그가 무능력하기 때문이기보다 사회체계가 당장 바뀌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한국의 먼 미래를 보면 그런 실패가 필수적이지 않겠소? 안씨가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갖고 밀알이 되겠다고 대선에 나온다면 호응해야 하지 않겠소?

지금 안철수 현상을 무색과 무심으로 바라봐야 하오. 진보-보수, 정치 이해, 이런 것을 덧대고 보면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말이오. 어느 보수신문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남북관계 대처에 안씨의 능력을 의문시하면서 이에 대해 은근히 입장 표명 같은 것을 바라던데 그러지 마시길. 보수세력의 대북대처 능력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지금 남북관계는 어떻소? 안씨가 그런 입장을 내비칠 이유가 전혀 없소. 안씨에게 어떤 정치적 색깔을 내기를 바라는 것, 그것 순수하지 못하오. 행여 진씨 또한 안씨의 색깔 같은 것을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오. 안씨는 영원히 색깔을 내비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반이기 때문이오.

안철수 현상에서 안씨는 고도의 지식기반, 대기업 기반 사회에서 우리 자신의 부속품화 신세, 계층과 세대 양극화로 인해 자기 고유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억눌림을 질타하고 있는 것이오. 우리 청년들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일자리 부족으로 실제 자유가 없소. 자기 고유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는 말이오. 그는 그것을 터주고자 그들을 찾아가 얘기를 들어주고 도전할 것을 몸소 호소하고 있는 것이오. 안 되면 자기가 직접 정책결정자로 나서 이것을 한 번 고쳐볼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오. 안씨는 불공정했던 시장에서 어렵게 번 돈일지라도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소. '그들' 때문에 벌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돌려주고자 함이오. 이런 것을 간단히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말할 순 없소. 안씨를 가슴으로 만나야 하오. 머리로 평가해선 제대로 담아낼 수 없소.

진씨가 그의 글에서 지적했음에도 곁가지로 치부된 듯한 안씨의 상식과 계산 없는 순수함이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오. 정치 9단들이 하는 몇 단계 내다보는 정치적 안목 같은 것과는 사실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상식과 계산 없는 순수함이 뭐요, 결국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 아니겠소? 우리 국민들이 기존 정치인에게 그것을 보기 어려웠다는 것 아니겠소? 안씨는 그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오. 나는 꼭 대선 출마가 아니어도 좋다고 보오. 그는 현재 그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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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2011/12/21 18:16 일상의 순간들

불교는 분석을 싫어한다. 해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나오기는커녕 더 꼬일 뿐. 급변 사태를 맞은 북한을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알고 보면 다 우리한테 해당되는 것인데.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남보다 못한 한민족이 아니라면 우리가 껴안아야 할 겨레란 인식이 있으면 대체로 할 일이 잡힐 것 같은데요.

한국을 비롯해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얘기합니다. 다 같이 추구하는 평화와 안정이 어느 날 김정일 급사처럼 북한이 무너지면 그 때도 똑같이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말하며 한국 편이 돼 줄까. 그 때는 먹이를 눈앞에 둔 야수처럼 돌변하지 않을까요. 제 각기 이유야 있겠지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남북한, 특히 한국에 전달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일 것입니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안보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지면서 하는 분석 거의 모두가 한국에 미칠 피해에 집중돼 있다.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당장 닥친 피해에 매몰돼 있다가 북한 전체가 무너지면? 헤아리기 어려운 피해는? 닥칠 일이 아니오?

호스니 무바라크와 무아마르 카다피 철권 통치자들은 거의 나비 날개 짓 한 번에 무너졌다. 튀니지 행상 한 청년이 생활고로 분신했던 것이 민주화 쓰나미로 이어져 쓰러졌다. 누가 이걸 예측인들 했겠소. 북한의 봄? 내일 당장 올지 어떻게 아오?

우리 이제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겹지만 다시 북한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남북을 둘러싼 열강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존재를, 정부 당국자들이 되새길 때라는 것이지요. 일본은 최근 독도 문제로, 중국은 어선 문제로 한국 간 외교 마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북한 전체라면? 이들 국가는 어떻게 달려들 것인지.

물론 우리 한국 정부도 통일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고 이런 사정은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 열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이고 이 순간 펼쳐지는 사태는 너무나 변수가 많지 않겠소?

평양 시내가 흐느끼지만 비교적 차분하다고 하고 한국 도시 표정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무엇인가 일어나기 직전의 고요함? 그런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다만 짐짓 이런 냉정함이 북측의 어떤 알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면 열강들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빨려들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국 측의 경제적, 외교적 피해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야 한다. 미국 측에서 북한 식량지원 결정을 해놓고 발표 날짜만 대기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뭐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김 위원장은 정권 생존 상 친미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정받는 도구인 핵 협상 자체가 그렇게 끌고 갔을 것입니다. 그가 없는 지금 북한 지도부에서는 친미와 친중 간 세대결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손에 달렸고 국제정치에선 미국 손에 운명이 걸렸으니.

남북한의 운명을 남북한 인들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 모순. 한때 사회과학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만 추억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이익을 앞세운 좌우갈등만 커졌지요. 김일성, 김정일이 없는 북한, 이제 올 것이 왔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 열강처럼 자국 이해 계산만 해선 곤란하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느낍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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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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