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바마라면 부통령 선택은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통령, 즉 러닝메이트가 누가될 것인지 세계는 초조함과 기대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바마는 거의 확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외교위원장과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 에반 바이 인디애나 상원의원, 캐슬린 시벨리우스 캔자스 여성 주지사 등 3-4명이 거론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다소 아닌 것으로 미국언론은 보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후보 지명은 오바마의 몫이니 알 수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글쓴이는 오바마가 현실적이고 현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역사의 비약을 너무 추구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창한 생각도 해본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오바마는 흑인이다. 변화를 슬로건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지명됐고 25일부터 시작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후보로 추대될 예정이다. 흑인이 대선후보가 됐다는 것만으로 미국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놀랐다.
그런 그가 백악관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줄 동반자를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다. 분명 그는 혼자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들어갈 자격이 있음을 18개월간의 유세와 경선 과정에서 유감없이 선보였다.
하지만 역시 그의 약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푸틴을 만나 흔들리고 있다. 그가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푸틴 러시아 총리는 그루지야를 휘어잡았다. 마치 힐러리가 경선 도중 홍보 광고에서 새벽 3시 백악관에 걸려오는 긴급전화를 누가 받아 대처할 것인지 묻는 장면이 오바마에게 오버랩 됐다.
오바마는 처음엔 러시아에게 "왜 그러느냐"며 달래기성의 다소 유약한 입장을 밝혔다가 이후 병력을 당장 빼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으나 이미 그의 외교정책 미스가 드러난 뒤였다.
그래서 이후 나오는 부통령 후보로 외교경력이 출중한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이 급격히 부상했고 현재 유력한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오바마의 약점인 외교정책을 감싸주니 안성맞춤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바마는 백악관에 들어가는 것이 먼저다. 바이든 의원과 같이 들어갈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구와도 그럴 수 있다. 그걸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과 그간의 미국 대선 분위기로 볼 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의 지지율에서 큰 차이가 없어지고 오히려 역전을 당하는 경우도 나왔다.
앞서 역사의 비약을 너무 기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다른 말이 아니다. 오바마는 흑인으로 대선후보가 돼 미국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이미 세웠다면 세웠다. 또 거기에 변화를 내세워 부시 행정부나 클리턴 행정부로부터 차별화를 선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허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변화를 외치는 바람에 기대는 것이 아닌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미 그걸 한번 증명해줬다. 푸틴이 냅다 그루지야를 공격하니 미국 내에서는 신냉전을 들먹이고 못 믿을 변화가 아닌 안정과 견고한 미국의 모습을 다시 염원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존 매케인은 반사이익을 챙겼음은 불문가지다.
정부통령 후보는 서로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18개월간 유세전을 펼치며 서로 비난 전을 벌인 힐러리보다는 이왕이면 편안한 관계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럽다. 백악관에 들어가서는 더 그럴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오바마는 백악관에 들어가는 것이 먼저다. 자기와 온전히 맞는 부통령을 골라 백악관에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에 대한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봐야 한다. 흑인으로서, 변화를 내걸고, 자기와 완전히 코드를 맞는 사람과 백악관을 차지하고 싶겠지만 너무 욕심을 내선 어렵다. 너무 역사의 비약을 챙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미국 내의 흑백갈등과 여성차별의 뿌리 깊은 역사와 인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미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세계를 놀라게 했고, 다소 코드가 안 맞는 사람과 백악관에 입성을 해도 백악관의 주인 자리에 앉았다는 자체만으로 세계는 또다시 놀라게 될 것이다. 비록 빌 클린턴이 있고 힐러리가 있더라도 말이다. 클린턴 패밀리가 분명 오바마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지만 오바마는 이것이 싫다고 백악관으로 가는 넓은 길을 마다하고 좁은 길을 택해선 대권을 넘보는 후보로서 현명치 못하다.
오바마가 힐러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할 경우 지지율면에서 60%에 육박하며 매케인 후보측을 가볍게 따돌리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나왔다. 힐러리를 선택하면 매케인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오바마가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선택하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한 힐러리만큼은 파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힐러리가 갖고 있는 여성표, 노동자, 장년층의 표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마바는 지금까지 레토릭과 명분차원의 선거전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구체적인 승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그동안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미국 연안 석유시추를 반대해 왔으나 국제유가와 말이 아닌 미국 경제상황에 못 이겨 허용 쪽으로 입장을 하루 아침에 바꿨다. 그만큼 상황은 절박하고 대선 승리는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원칙을 버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너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욕심을 내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흑인, 변화, 등등을 이뤄내고 오바마 사람들로 백악관을 구성하겠다는 욕심이 그의 백악관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하는 얘기다. 불편할지 모르지만 힐러리를 선택해서 백악관의 새 역사를 써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두고 볼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