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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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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16:09 국제

대국적이지 못하고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싫다. 그러나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 때문에 지나치긴 좀 그렇다. 오해를 안 했으면 하는 것이, 나 또한 국제부에서 근무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오역과 잘못된 이름, 단체 명칭, 잘못된 흐름 전달 등이 있을 것임을 인정하며 충분치 않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나마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솔직히 블로깅 한답시고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나, 지엽적이면서 생각하기에 따라선 지대한 한 마디일 수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기도 혐의로 체포됐다가, 가택연금, 그리고 이제 보석도 가택연금도 없이 법원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은 석방을 명령했다. 말들이 많다. 칸이 어떻게 그런 사건에 휘말렸는지에 대해서. 어쨌건 뉴욕 검찰과 변호인, 법원이 최종 결정할 일이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은 칸의 조건 없는 석방이 뉴욕 주 대법원에 의해 내려졌다고 보도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를 우롱했다. 뉴욕 주 대법원이 석방을 결정해?  마치 한국의 대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했다는 것과 같이 황당하잖아?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가 있는 칸이라고 하지만 뉴욕 주 대법원이 나서서 가택연금, 보석, 석방 등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을 내려? 칸이 유죄 여부 판결도 나기 전에 주 대법원이 앞장서 판결을 해? 그럼 미국 사법질서가 엉망이 되잖아?

이 같은 뉴욕 주 대법원 언급은 이번 칸 사건에서만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뉴욕 법원을 말할 때 혼동해서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가운데 뉴욕 주 대법원 언급은 유독 되풀이 되고 있고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은 채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가. 일차적으로 뉴욕 주 지방(1심)법원이 영어로는 New York Supreme Court(Supreme Court of the State of New York)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부 기자들이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장 그대로 뉴욕 주 대법원으로 옮겨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주 거의 대부분은 Supreme Court를 대법원 의미로 사용하지만 뉴욕 주는 1심 성격의 지방 법원을 이렇게 이름 붙여 쓴다. 왜 그런지는 뉴욕 역사와 법체계 공부를 별도로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여하튼 뉴욕 주 지방법원 내지 1심 법원은 Supreme Court로 해서 부른다.

국제부 기자들이 영어만 잘 했지, 언어에 깔린 역사적 배경과 법 시스템에 대한 문외한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뉴욕 주 대법원이 보석과 가택연금, 석방 등에 대한 1차적 판결을 내릴까 하는 의문을 한국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보도할 당시 갖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얼른 상식적으로 봐도 주 대법원이 할 일은 아니잖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거의 한국 언론 모두는 뉴욕 주 대법원으로 자신 있게 보도했을까?  한국 독자나 시청자들은 그런 것은 따지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Supreme Court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주 대법원으로 전달했을까? 내로라하는 한국 거대 언론사들은 이런 것은 하찮다고 생각했을까? 아님 실은 언론사 내부적으로 그렇게 모니터 망이 허술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일까? 칸의 이번 석방을 보도한 뉴욕 특파원들도 뉴욕 주 대법원이라고 한 것을 봤다. 그들은 정말 뉴욕 주 대법원 법정에서 칸의 석방 보도를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고생하는 뉴욕 특파원들에게 미안하지만, 보도를 그렇게 했다. 한국의 아주 오랜 전통 있는 극소수 신문사만  New York Supreme Court를 뉴욕 주 법원 또는 뉴욕 주 형사법원으로 해서 무난하게 전달했을 뿐 나머지 99%는 뉴욕 주 대법원으로 명명해 한국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보도했다.

이번 뉴욕 주 대법원 건은 사소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언론사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잘못된 명칭을 통일해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선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언론의 허점이고 최소한 국제부 기자들의 불찰이다. 내 자신부터서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데 솔직히 이런 것을 지적하는 것이 속이 편치 않다. 이런 블로그 포스트가 남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예전부터 해온 터여서 더 그렇다. 그저 한번쯤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참고로 뉴욕 주 항소법원은 Appellate Division(appellate court)이며  대법원은 Court of Appeal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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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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