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막는 게 좌파면 광우병 들여오는 게 우파냐
보수 논객 조갑제씨와 복거일씨가 아주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된통 당하고 있는 게 이념과 거리를 둔 실용 때문이라고 뼈아프게 지적했다.
사실 조씨 이전에 복씨가 먼저 그런 지적을 했다. 복씨는 '실용과 이념'이란 제목의 3월3일자 뉴시스 칼럼에서 실용이란 한나라의 지도자가 지니기엔 너무 작은 개념이라며 이념의 시급성을 예측했다.
조씨도 6일 데일리안에 따르면 광우병으로 이명박 대통령 탄핵의 움직임까지 나온 것은 이념을 포기한 결과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실용이란 이념 아닌 이념이어서 '깜'이 안된다는 것으로 두 사람 모두 빨리 폐기, 아니 이를 넘어선 이념을 추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자유주의 이념이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은 좌우파를 떠나 그 하위 개념인 실용으로 허우적댈 것이란 전망이 이미 나왔고, 현재 그 현장을 똑똑히 보고 있고, 앞으로 이에 따른 변화가 없을 땐 정말 탄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복씨가 약간 철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조씨는 아주 '실용적'으로 접근했는데, 현재 이명박 정권이 호되게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박수를 보낸 웰빙족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웰빙족을 기회주의자와 거의 동급으로 취급하고 있다.
복씨는 "실용(주의)은 사회의 조직과 운영을 다루는 사회 철학이 아니며 탐구의 자세에서 소극적이다. 따라서 실용은 새로 나라를 이끌게 된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꿈을 담아내기에는 여러 모로 미흡한 느낌이 드는 개념이다"라고 하고 있다.
조씨는 "오늘날 이런 해괴한 사태를 부른 것은 이 대통령의 이념대결 기피 자세"라며 "이념전쟁의 현장에 나선 장수가 전투를 포기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말하는 '이념 없는 실용'이 장돌뱅이의 타산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이명박 정권은 좌우의 이념도 없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실용성, 유용성, 도구성에 매몰돼 천박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보수 논객의 지적이라고 매도만 할일은 아니다. 그만큼 실용이라는 것이 덜떨어진 세련되지 않은 개념과 용어로 사회과학에선 별로 취급하지 않는 저급한 단계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조씨는 한발짝 더 나간다. 좌익이념으로 무장한 자들이 광우병 위험을 과장,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서 맥이 탁, 풀리고 만다. 어떻게 광우병을 막자고 하는 것이 좌익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광우병을 막자는 집회나 촉구를 하는 과정에서 좌익진영이 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광우병을 막자는 게 좌익이라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 이념의 과잉이다.
더욱이 광우병을 막자는 집회는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면 띠고 있는데 좌익이라니, 한국적 좌파가 민족주의적 색채가 가미됐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는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광우병을 막자는 것은 좌우익을 넘어선 아주 거친 생존의 문제이거늘 어찌 그런 이념의 틀로 씌울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럼 광우병을 우려해 전면적으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20개월 미만의 소만을 수입하는 일본인들은 좌파 빨갱이들만 모였다는 것인가.
오히려 우익진영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엄선해서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일이지만, 기회주의자들만 있는지 웰빙족만 있는지 통 그런 소리를 하지를 않는다. 까부수려면 여기를 까부숴야 한다. 엉뚱한 곳을 두드려 부작용을 일으킬 일이 아니다.
이념도 때가 되면 진화를 하는 운명인데 어찌된 것인지 한국의 보수는 진화는커녕 퇴화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지-퇴화를 하려면 아예 퇴화를 해버리든지-이젠 정말이지 지겹다.
좌파든 우파든 광우병은 안 걸리고 봐야 할 것 아닌가.




